
세계 주요 승강기 제조사 쉰들러의 미국 법인인 쉰들러 엘리베이터 코퍼레이션이
2026년 5월 11일, 오래된 유압식 승강기를 위한 현대화 패키지 두 가지를 미국 시장에 내놓았다. 이름은
'리스토어(ReStore)'와 '리뉴(ReNew)'다. 발표는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의 미국 본사에서 나왔다. 승강기를 통째로 걷어내고 새로 놓는 대신, 수명이 다해 가는 핵심 부품만 골라 바꾸는 방식이다. 전면 교체에 드는 큰 비용과 긴 공사 기간이 부담스러운 건물주를 겨냥했다.
왜 '유압식 전용' 패키지인가
유압식 승강기는 기계실의 파워유닛(모터·펌프·기름탱크)이 작동유를 실린더로 밀어 넣어 카를 들어 올리고, 내려갈 때는 밸브를 열어 기름을 탱크로 되돌리는 구조다. 로프와 권상기가 필요 없어 저층 건물, 화물용·자동차용 승강기에 널리 쓰인다. 구조가 단순하고 튼튼해서 실린더나 카 프레임 같은 큰 구조물은 수십 년을 버티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전기·전자 부품이다. 제어반, 승강장 버튼, 배선, 모터 기동장치는 기계 구조물보다 훨씬 빨리 낡는다. 오래된 릴레이식 제어반은 고장이 잦고, 제조사가 부품 생산을 멈추면 고장 한 번에 승강기가 몇 주씩 멈출 수도 있다. 쉰들러가 이번 패키지를 내놓으며 내세운 핵심도 바로 이 지점이다.
승강기가 멈추거나 부품이 단종돼 수리가 막히기 전에 건물주가 먼저 손을 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첫째, 기본형 '리스토어' – 전기·제어 계통 교체
리스토어는 승강기를 움직이는 '두뇌와 신경'을 새것으로 바꾸는 패키지다. 쉰들러가 밝힌 구성은 다음과 같다.
- 소프트스타터가 달린 쉰들러 제어반
- 표준형 승강장 호출 버튼과 카 내부 조작반
- 승강로와 기계실 배선 전체
- 원격 감시가 가능한 디지털 연결 기능
- 도어 구동장치 교체(선택 사항)
여기서
소프트스타터는 유압식에서 특히 의미가 크다. 유압식은 카를 올릴 때마다 펌프 모터를 새로 기동하는데, 기동 순간 큰 전류가 흐르면 전기 설비에 부담을 주고 충격과 소음도 생긴다. 소프트스타터는 모터를 서서히 기동해 이 충격을 줄여 준다. 쉰들러는 리스토어를
설치 후 15년이 넘은 승강기에 맞는 패키지로 소개하고 있다.
둘째, 상위형 '리뉴' – 동력 계통까지 교체
리뉴는 리스토어의 구성 전체에
유압 동력 계통을 더한다. 핵심은 모터와 펌프를 기름탱크 안에 잠기게 넣은
수중형 파워유닛과, 작동 소음을 줄이는
'허쉬 키트(Hush Kit)' 소음 저감 장치다. 수중형은 모터와 펌프가 기름 속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소리가 밖으로 덜 새고, 구조가 간결해 기계실 공간도 덜 차지하는 것이 일반적인 장점이다.
제어반만 바꿔서는 낡은 파워유닛에서 나는 소음·진동과 기름 누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리뉴는 이 부분까지 한 번에 손보는 구성이며, 쉰들러는 대상을
설치 후 25년이 넘은 승강기로 잡았다. 쉰들러의 현대화 안내 자료는 두 패키지 모두 에너지 효율 개선 효과를 가장 높게 평가하고, 리뉴는 승강기 수명 연장 효과가 더 크다고 소개한다.
'미리 설계한 규격 상품'이 주는 장점
이번 패키지의 또 다른 특징은
미리 설계해 둔 규격 상품이라는 점이다. 현장마다 처음부터 설계하는 방식보다
주문부터 공사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것이 쉰들러의 설명이다. 승강기가 한 대뿐인 저층 건물에서는 공사 기간이 곧 입주자 불편 기간이기 때문에, 공기 단축은 건물주에게 실질적인 이점이다.
쉰들러 미국 법인의 현대화 영업 담당 수석부사장 조 베라(Joe Bera)는 이 패키지가 신뢰성을 높이고 예상 밖의 수리비를 줄이며, 건물주가 교체 일정과 예산을 직접 계획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설명했다. 쉰들러는 예산에 맞춰 공사를 한 번에 하거나 여러 단계로 나눠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안내한다. 회사는 마이애미 국제공항 같은 대형 시설의 현대화 실적도 함께 내세웠다.
국내 실무자가 눈여겨볼 점
이 소식이 국내 승강기 업계와 건물 관리자에게 주는 시사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부분 현대화'가 유압식에도 자리를 잡고 있다. 그동안 노후 승강기는 고쳐 쓰거나 통째로 바꾸는 두 가지 선택지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유압식은 실린더와 구조물의 수명이 길어, 제어반·조작반·파워유닛처럼 수명이 짧은 부품만 단계적으로 바꾸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성능과 안전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둘째, 교체 시점을 '연식'으로 미리 정해 두는 방식이 참고할 만하다. 쉰들러는 15년과 25년을 기준으로 패키지를 나눴다. 국내 건물 관리자도 승강기 설치 연도를 기준으로 제어반 교체 시점과 파워유닛 교체 시점을 따로 정해 두면, 갑작스러운 고장에 끌려다니지 않고
장기 수선 계획에 맞춰 예산을 준비할 수 있다.
셋째, 부품 단종에 대비해야 한다. 오래된 제어반은 부품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순간 수리 기간이 길어지고 비용이 뛴다. 점검 업체와 함께 현재 쓰는 제어반과 파워유닛의
부품 공급 상황을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우리 건물 유압식 승강기, 이것부터 확인하자
- 설치 후 15년이 넘었다면: 제어반, 버튼, 배선 상태와 부품 공급 여부를 점검한다.
- 설치 후 25년이 넘었다면: 파워유닛의 소음, 진동, 기름 누유, 작동유 온도 상승 여부까지 함께 살핀다.
- 고장 기록을 모아 두면 부분 교체와 전면 교체 중 무엇이 경제적인지 판단하기 쉽다.
유압식 승강기는 잘 관리하면 오래 쓸 수 있는 설비다. 무조건 새것으로 바꾸기보다,
어느 부품이 언제 수명을 다하는지 알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비용과 안전을 함께 챙기는 길이다.